송년특집/이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과 아프리카대륙으로 뻗어간다.

남북철도 복구 협력키로

편집국 | 기사입력 2018/12/29 [18:29]

송년특집/이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과 아프리카대륙으로 뻗어간다.

남북철도 복구 협력키로

편집국 | 입력 : 2018/12/29 [18:29]

 

▲ 지난 12월21일 임진각 평화의공원에서 김한태씨가 두 젊은이에게 남북철로의 개통 방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엉겁결에 이 일을 맡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평양까지 화물열차 소요시간을 예측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휴전 이후 북한에 대한 자료는 모두 폐기됐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몇 ㎞인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일본과 중국에서 발간된 자료를 토대로 어림잡아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북한 철도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해외 철도동호회를 통해 북한 열차시간표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얼마 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서 김씨를 불렀다. 안기부 직원들은 김씨에게 수집한 자료들의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김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이다. 다행히 김씨의 소명이 받아들여져서 심한 고초를 겪지는 않았다.

 

■남북간 실용노선의 현실적 어려움 

간첩 의심을 받아가며 북한 철도 자료를 모아온 김씨는 지금까지도 대륙 철도 연결문제와 관련해 남북 철도 연구를 한다. 발표한 북한 철도 관련 논문은 10편이 넘는다. 최근에는 <북한의 철도>라는 책도 발간했다. 이날 이때껏 북한 철도에 대한 연구를 해서 내린 남북 철도 연결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철도 연결 공동조사를 위해 북한에 다녀온 임종일 남북철도조사 공동단장이 김씨에게 전한 실상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1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역을 출발한 화물열차가 개성시 봉동리 판문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1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역을 출발한 화물열차가 개성시 봉동리 판문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한태 “임 단장이 북에 다녀와서 그러더군요. ‘선배님, 철도가 2007년 조사했던 그대로예요. 나아진 게 없습니다’. 철도는 북한 물류의 중심인데도 이 모양이야. 차량기지도 그렇고 철도 노후화도 심각해요. 우리 기차가 다니게 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요. 지금 상황에서 유럽으로 철길을 잇는다는 건 꿈 같은 얘기에 불과합니다. 북은 분단 이후에 교통정책을 도로가 아닌 철도에 맞췄어. 새로 생긴 노선도 많지. 원료 생산부터 공장 운송, 공급까지 모든 연결을 철도로 해. 철길이 없으면 북한 경제는 죽은 것과 같아. 북한 철도는 산악지대가 많고 곡선에 언덕길도 많고 터널도 많지. 그만큼 레일 파손이 빨라. 레일이 망가지니 1993년도 이후에 20여개 특급열차로 불리는 급행열차들이 2시간 이상씩 시간을 늘려 운행을 했어. 급행인데 속도를 못내. 원래 10시간에 가던 기차가 14시간씩 달려도 도착을 못하는 거야. 철길이 살면 북한 산업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요. 우리에게도 철도는 중요하지만 북한에게는 생존이 걸린 길이야. 그런데도 지금 이렇게 망가졌다는 건 그걸 복구해서 정상화하는 데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지.” 

정부가 책정한 철도와 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 사업과 산림협력 관련 남북협력기금은 1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책정된 예산은 2951억원이다. 정부가 국회에서 해당 예산을 따내는 데에도 극심한 진통이 있었다. 게다가 철도망 구축 이후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국토부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인 ‘유라시아 고속철도망 구축방안’에 따르면 북한 내 철도망 구축으로 중국과 직접 연결되는 경의선 구간의 경우 선로 사용료만 연 9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진 “당장 들어갈 예산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철도에 남한의 자본력이나 기술이 합쳐지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북한 현지의 고급 노동력을 낮은 인건비로 활용할 수도 있고. 방법은 있어요. 왜 벌써부터 안 된다, 손해본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가깝지만 가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예요. 책과 미디어에서만 접했던 북한을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예요. 꼭 기차를 타고 북에 가보고 싶어요. 갈라지면서 보지 못했던 고구려 유물들도 찾아보고 싶고요. 그 길을 따라 중국과 러시아도 방문해볼 생각이에요. 더 이상 분단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남북 철도 연결은 시기와 방법을 두고 엇갈렸다. 대화는 삐걱일 때가 많았다. 경기도 파주 경의선 옛 철도중단점을 바라보는 눈도 달랐다. 노인은 다시 철길을 잇기 위해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청년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를 하루빨리 옛 역사 속으로 보내고 싶어했다. ‘왜 자꾸 안 되는 쪽으로 얘기하는지’ 답답했다. 끊겼던 경의선 철길에 갔다가 들른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이르러서는 ‘새마을운동으로 살려놓은 경제를 한 자리씩 차지한 운동권이 망치고 있다’는 주제로 대화가 흐르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취재차량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차가 자유로를 달리고 있을 때 일정 내내 좀처럼 대화에 끼지 않았던 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예비졸업생 강나예양(17)이 불쑥 말을 꺼냈다. 

강나예 “저는 철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철도 뉴스가 나오면 꼭 챙겨봐요. 좋아하거든요. 특히 남북 철도 소식은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하죠. 오늘 선생님께서 해준 얘기는 참 유익했어요. 저는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남과 북의 철도를 잇는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죠.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고 있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있네요. 단순히 막힌 걸 뚫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 철도는 잇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실제로 열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참 뒤 김한태씨가 입을 열었다. 

김한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껏 북한 철도를 남의 나라 철도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북한 철도는 한반도 철도예요.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잖아요. 철도도 마찬가지예요. 이념을 떠나서 나는 평생 철도에서 살아온 철도인입니다. 철도인에게 철도는 연결돼야 하는 대상이에요. 길이 있는 곳에 기차는 달려야 해요. 지금 이렇게 늙었지만 나도 기차를 타고 북한을 누비고 싶어요. 다만 기차가 달린다는 건 운영을 전제로 하는 거예요. 제가 귀하게 여기는 열차시간표가 있어요. 1944년 10월 1일자 부산~중국 단동 열차시간표예요. 일본사람들이 놓고 간 건데. 아마 이게 남북 철도가 연결된 최후의 열차시간표가 아닐까 싶어요. 1년 뒤 광복되고 38선이 생기면서 철길이 끊겼으니까. 이 열차시간표를 보면서 저도 대륙으로 가는 철도에 대한 꿈을 꾸곤 했어요. 지금은 휴전이 되고 통일이 멀어지면서 대륙 철도에 대한 꿈이 사라졌지만 그 꿈을 지금 세대들이 갖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고마운 일이죠. 철도를 잇는 일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에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철도로 놓겠다는 발상은 철도인으로서 더없이 반가운 생각이에요. 지금 젊은 친구들이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12일 26일 오전 6시48분 서울역에서 남측 승객을 싣고 출발한 개성 판문역행 특별열차가 오전 8시34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다. 이 ‘특별’한 열차는 언젠가 ‘보통’의 열차로 철도를 달릴 것이다. 대륙행 열차시간표는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서울역 전광판에 걸릴지도 모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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