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 특성으로 동양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

뉴페이스 | 기사입력 2020/02/13 [10:37]

인종적 특성으로 동양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

뉴페이스 | 입력 : 2020/02/13 [10:37]

“현재 프랑스에는 유전적·인종적·체질적 이유로 동양인들만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확진자들이 정말 동양인뿐인지 확인할 수가 없네요. 팩트체크 제안합니다.”

최근 취재진에게 전달된 제보 내용입니다. 제보자는 파리에 사는 교민인데요.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동양인에 대한 회피나 혐오로 이어지고 있어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BBC, 가디언 등 해외 언론들도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트위터에서는 #JeNeSuisPasUnVirus(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토트넘)도 이런 혐오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승리의 쐐기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 차례 기침을 하자 "손흥민이 코로나바이러스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등의 악플이 대거 달렸거든요.

"동양인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는 주장은 불 붙은 혐오 정서에 부채질하는 꼴인데요. 프랑스에서 돌고 있다는 이 주장, 사실일까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확진자 정보에는 인종 분류 없어 결국, 명확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의 감염상황을 알리고 있는 유럽 질병 예방 통제 센터와 프랑스 보건부 사이트, 전 세계의 데이터가 취합·공개되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페이지 어디에도 확진자들의 인종별 분류 정보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개 정보에 나라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도 대개 확진자의 국적과 국내 거주 여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만 이를 인종별로 재분류해 발표한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WHO와 중국 위건위, 일본 후생노동성 등 각국의 정부 발표자료를 취합해 발표하는 해외감염병 NOW 서비스를 통해서 봐도 인종별 분류는 없었습니다. 해당 업무 담당자는 `각 나라가 발표하는 데이터에 인종별 분류가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적과 도시별로 분류된 정보는 있어도 인종별, 인구특성학적으로 분류된 데이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인종별 데이터가 공개돼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WHO에 별도로 문의해봤습니다.

인종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취합해 공개하고 있는지와 함께 동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유전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혹시 동양인이 이 병에 특히 취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거든요.

WHO "과잉 정보가 정보 전염병 야기"

WHO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인종별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동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하다고 밝혀진 과학적 근거도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일반적으로 노약자나 당뇨병·심장병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가 밝혀졌을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 발생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로운 전염병이잖아요. 발병 후 짧은 기간 연구된 바에 따르면 과거 사스와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같은 병은 아닙니다.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인종 데이터를 공유할 경우 쓸데없는 논란과 혐오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인종별 차이는 보건학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WHO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정보와 억측이 뒤섞여 거대한 정보 전염병(infodemic)을 야기하고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을 합친 신조어죠.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올바른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복수의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도 같은 의견입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미국인 사망자도 나왔다. 동양인만 감염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고,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다 보니 아시아 감염자가 많은 건 당연하다. 인종별로 연구조사된 바는 당연히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도 "음모론 수준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결국, 공개된 정보는 없는 건데 "동양인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거나 "동양인이 특히 취약하다."는 주장은 왜 퍼지게 된 걸까요?

근거가 없어도 괴담은 퍼진다…그래서 괴담이다

근거가 없어도 괴담은 퍼집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괴담이 되는 것이죠.

근거없는 괴담은 사람들의 정서, 특히 부정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파고들어 광범위하게 확산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확산된 혐오 정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거죠.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보건당국 입장에서도 막연한 혐오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번 검증 주제가 프랑스와 유럽만의 문제일까요?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막연한 혐오는 포착됩니다.

[결론] "유전적·인종적·체질적 이유로 동양인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동양인이 유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다." → 근거 없음. 사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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